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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을 여는 사람들] 한국학원들의 전쟁

東安齋 2008. 2. 18. 11:10

[중국시장을 여는 사람들] 한국학원들의 전쟁

 

베이징중심 한국학생 유치戰 치열
 ◇중국 대학이 집중되어 있는 베이징의 우다커우(五道口) 거리.이 곳에는 중국 유학붐이 일면서 한국의 학원이 앞다퉈 생겨나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중국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벌써 10년이 넘는다. 국내의 만성적인 고비용 구조에 멍든 나머지 중국에서 살길을 찾아보기 위해서다.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중국행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은 4만여명에 달한다.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생활하는 학생도 수만명이다.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 학생이 급증하면서 학원전쟁이 중국에서 불붙고 있다. 자녀교육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한국 부모들은 중국에서도 자식 교육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의 학원자본도 이를 배경으로 중국 진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중국 대학 입시학원에서부터 최고급 어린이 영어유치원, 국내 대학 특례입학을 위한 전문학원, 중국 내 정규교육기관 진출에 이르기까지 학원전쟁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뛰어드는 학원자본과 어학시장 전쟁=학원전쟁은 베이징을 주무대로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 거주 한국교민은 6만명선. 유동인구까지 합하면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3분의 1이 베이징에 모여 있는 셈이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이면 2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 서북쪽의 우다커우(五道口) 거리. 이곳은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어언문화대학 등 중국의 유명대학들이 모여 있다. 이 지역은 한국 학원사업이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지만 학원전쟁이 불붙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3년 7500명 수준이던 베이징의 한국 유학생은 지난해에는 1만명 안팎으로 늘었다. 베이징 어언문화대학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만 약 2000명에 이른다. 어느 곳이나 학생이 모이는 곳에는 학원이 들끓게 마련이다.

발빠른 국내 학원사업자와 일부 중국인은 1990년대 중반 이 거리에 중국어 회화와 어학시험(HSK)을 준비하는 학원을 열었다. 지구촌학원과 해연학원, 신교외국어학원이 초창기 외국어를 가르친 대표 주자다.

중국의 정식 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하면서 함께 어학원을 연 신교외국어학원은 왕징(望京), 푸싱먼(復興門)과 옌사(燕莎) 사이터(賽特) 4곳에 어학원을 열었다. 교육사업에 관한 한 가장 넓게 발을 뻗은 학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우다커우와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왕징을 중심으로 중국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들 지역의 학원은 10여곳에 이른다. 외국어 교육사업이 호황을 누리자 중국 대학들이 관심을 갖고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베이징의 어언문화대학은 물론 왕징에 있는 경제간부관리학원과 청년정치학원 등은 중국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인 끌어들이기에 한창이다.

◆중국 학원전쟁의 새 흐름=최근 중국 내 한국인을 둘러싼 학원전쟁은 어학 이외의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의 내로라 하는 입시전문학원이 중국에 잇따라 발을 내딛고 유명 학습지의 상륙도 시작됐다. 4∼5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조기유학 열풍이 이제 대학입시로 이어지고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난 결과다.

청산학원의 조영래(趙永來) 주임은 “베이징의 학원시장은 어학연수에서 입시 위주로 변하고 있다”며 “갈수록 유학연령이 낮아지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시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에는 중국의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人民)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전문입시학원이 생기고 있다. 2001년 문을 연 청산학원과 ECC,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고려학원 등이 모두 중국 대학 입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다. 청산학원의 경우 국내 유학생은 물론 칭다오, 옌타이, 다롄 등지에서 중국 고등학교에 다니던 한국학생도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종로학원이 중국에 진출했다. 종로학원은 한국인이 많은 왕징과 가까운 라이광잉(來廣營)에 자리를 잡았다. 베이징 종로학원의 이형일(李炯壹) 대표는 “영어·중국어·한국어 교과과정은 물론 중국대학 진학반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인터넷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도 조만간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습지 시장도 본격적으로 개막되고 있다. 대교의 눈높이가 지난해 왕징에서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한솔교육도 중국에 발을 내디뎠다.

갈수록 늘어나는 기업 주재원 자녀를 목표로 해서다. 중국의 교육환경이 열악한 데다 반독점적인 성격마저 띠면서 이들 학습지 가격은 국내보다 오히려 비싸다.

중국의 명문대학은 한국의 명문대학보다 세계적으로 더 알아준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상하이 푸단대는 세계 100대 명문대에 든다.

한국의 교육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으로 건너가는 한국 유학생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학원자본의 ‘중국 내 학원전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초의 한·중 합작 고등학교인 베이징신교외국어학교.(사진왼쪽)베이징 우다커우 거리의 지구촌학원.

베이징=강호원 특파원

hkang@segye.com

 

 

<中시장 진출 문제점은>

소자본으로 실패 가은성 커…한국식 어학교육 안통해

-이교준 신교외국어학교이사장

중국에 크고 작은 한국계 학원이 곳곳에 생기면서 살아남기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적은 자본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학원일수록 특히 그렇다.

중국의 교육시장은 현재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상태다. 베이징의 경우 200만위안(약 2억8000만원) 이상 투자한 경우에 한해 교장을 중국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자교육법인을 허용하고 있다. 투자금액이 이보다 적을 때에는 중국인이 대표로 나서는 경우가 있다.

중국인이 대표인 만큼 소유권 분쟁에서부터 잡음이 뒤따를 소지가 있다.

10년 전 한중합작 형식으로 정식고등학교인 베이징신교외국어학교의 문을 연 이교준 이사장은 “중국 내의 학원 사업은 적은 자본으로 진출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며 “투자금이 너무 적을 때는 잘돼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안 되면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중국시장에서 적은 자본으로 이루어지는 편법 투자야말로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어학교육의 경우 언어구조상 한국과 중국의 교육방법이 전혀 다르다”며 “한국의 교육프로그램을 그대로 중국에 들여오면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강호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