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마카오의 대박<세계일보>
마카오는 ‘아오먼(澳門)’이라고도 한다. ‘아오’는 광둥(廣東)성의 약칭으로, 아오먼은 ‘광둥으로 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마카오가 문의 역할을 한 것은 약 450년 전부터다. 범선을 타고 태평양으로 진출한 포르투갈 사람들은 명나라로부터 교역권을 따낸 뒤 마카오에 눌러앉았다. 마카오는 이후 명말청초 동·서양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천주교도 이곳을 통해 조선으로 건너왔다. 우리나라 첫 천주교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도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영국이 저지른 부도덕한 아편전쟁 이후 마카오는 덩달아 포르투갈 땅으로 변해 모진 식민지 역사를 걸어야 했다.
마카오 도박의 역사는 식민지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인구 50만의 도박 도시. 흥청망청 돈을 뿌리는 노름꾼이 모여들면 그들 눈에 생기가 돌고, 불황이 밀려들면 풀이 죽는다. 마카오에 잭팟이 터졌다. 아오먼일보는 마카오의 도박 수입이 5월 170억 파타카(약 2조6700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1년 전보다 배가량 늘어난 사상 최대 수입이다. 노동절 연휴가 배경을 이루지만 지난해 월평균 수입이 80억 파타카를 밑돈 것과 비교하면 대박이다. 홍콩 증시에서도 마카오 분석에 열을 올린다.
이유 없는 대박이란 없다. 8년 전의 일이다. 마카오 정부는 세계를 상대로 도박전쟁을 선언한다. 시름시름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박산업 전면 개방을 단행한 것. 이때 마카오에 진출한 도박자본이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MGM, 베니션이다. 호주의 멜코PBL도 투자를 단행했다. 마카오 도박계를 주무르던 화교 자본에겐 생존의 문제였다. ‘도박왕’으로 불리는 화상 허홍선도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았다. 마카오는 2007년 마침내 라스베이거스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도박 도시로 떠올랐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마카오 벤치마킹이 한창이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곳이다. 부패라면 중형으로 다스린 리콴유 전 총리가 직접 도박자본 유치에 나섰다. 45억 달러를 투자, 지난달 문을 연 싱가포르 도박리조트 마리나베이 샌즈는 도박전쟁의 산물이다. 대만과 일본도 뒤를 따를 태세다. ‘아시아 관광허브’를 외치는 제주도. 관광 판도를 바꾸는 도박전쟁에 손님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말로만 관광입국을 외칠 일이 아니다.
강호원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0.06.03 (목) 20:02, 최종수정 2010.06.03 (목)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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