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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중국 경제와 한국의 대응…韓·中·日 분업 대비하자

東安齋 2009. 2. 13. 21:37

[대담] 중국 경제와 한국의 대응…車·기계산업 韓·中·日 분업 바람직

 

세계일보 창간 20주년 특집대담 

 

젊음은 희망이다. 젊어서 더욱 좋은 게 인생사다. 경기 불황과 사회적 압박의 파고가 유독 청년에게 강하게 다가오는 게 이즈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했듯이 청년의 도전은 ‘다시 뛰는 우리 사회’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다. 어렵지만 힘찬 도약을 준비하는 젊은이는 여전히 넘친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젊은 청춘’ 세계일보는 2009년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을 들여다본다. 어려운 환경에서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는 청년들의 생활을 소개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한다.



▲강호원 선임기자=중국 경제 전망은 종잡기가 힘듭니다. 9% 성장론에서부터 5% 저성장 전망까지 나옵니다. 그만큼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겠지요.

▲현정택 원장=올해 중국 경제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 11∼12%씩 고성장할 때와 비교하면 분명히 어렵지요.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은 보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재복’을 상징하는 ‘8’자를 좋아해서인지 올해 8%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6∼7% 성장할 것으로 점치고 있지요. 중국 경제는 우리 경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가 얼마나 버텨줄 것이냐는 점입니다.

▲김두현 연구위원=중국의 투자계획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매년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3조4000억위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의 추가 재정 지출 규모는 1조2000억위안에 이릅니다. 연간 4조6000억위안 정도가 지출되니, 최근 경기부양책으로 내놓은 4조위안보다 약 5000억∼6000억위안 많은 액수가 투자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매년 약 5000억위안이 추가 투입되면 경제 성장률에 1.8% 정도 기여하게 됩니다. 이 점을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연간 8% 정도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강 기자=중국도 수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할 텐데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현 원장=중국이 환율을 건드리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부양하겠다고 한다면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요. 현재 세계 경제는 주요국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1930년대의 공황 상태로 가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정책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김 위원=저도 현 원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작년 10월 이후 중국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위안화 절하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왔지요. 하지만 중국 정부는 보조금 제공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앞으로도 달러당 6.8위안대를 유지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들어가면 선진국의 보호주의 장벽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지요.

▲강 기자=무역전쟁의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현 원장=중국 경제의 위상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중국에게도 좋을 게 없지요. 미국 경제가 지탱해줘야 중국도 살아가지요. 한국도 살 수 있고요. 미국 경제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만한 정책을 추진할 여지는 작다고 봐야 합니다.

▲김 위원=그런 면에서 중국도 환율을 점진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지요.

▲강 기자=얼마 전 중국 칭다오의 한 관리가 칭다오에 있는 6000여개 한국 기업 중 300여개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투자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현 원장=몇 년 전 광둥성에 있는 한 기업에 매니저로 들어가 ‘구조조정 전도사’로 일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본인 스스로 물러났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환경은 어렵습니다. 중국에는 전례 없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요.

▲김 위원=중국의 투자 지역은 서너 군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크게 칭다오를 중심으로 한 산둥, 광저우 선전을 중심으로 한 광둥,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지역으로 나눌 수 있지요.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광둥성입니다. 광둥성에는 홍콩계 노동집약 산업이 진출해 있는데, 큰 피해를 보았지요. 산둥성의 노동집약 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기업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강 기자=중국의 기술력이 너무 따라와서 그런 지, 지난 10년간 늘 해오던 ‘샌드위치론’이 요즈음 잠잠합니다. 기술 유출과 기술 우위 전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현 원장=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 격차는 3∼4년 정도로 좁혀졌다는 얘기가 근래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산업 내 분업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기계 등 각 산업 내부에서 ‘기브 앤 테이크’가 동시에 이뤄지는데, 그런 측면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산업 분업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봐야 합니다. 국가 간 분업이란 입장에서 보면 조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대기업의 중국 진출과 기술 유출을 막연히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쌍용차의 기술 유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반론을 말씀드리자면 투자라고 할 때에는 기술 이전이란 전제가 어느 정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또 원천기술 이전료는 법적으로 분명한 보호를 받습니다. 기업체 인수·합병(M&A) 때에는 원천기술 이전료 조항을 명시하게 되지요. 국내 기업이 갖고 있는 원천기술은 연구·개발(R&D)을 통해 확보한 것인 만큼 보호받아야 합니다. 부정한 기술 이전은 법에 따라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적극성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강 기자=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고언을 좀 해주시지요.

▲현 원장=중국의 강점 중 하나는 딱딱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 체제에서 상당히 실용적인 경제성장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지요. 이런 유연한 시스템에서 국가가 유지되고 지도자 권력도 엄격하게 분리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후진성이 나타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지요. 선진국 진입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김 위원=사회 통합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계층 간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명박정부가 강조하는 ‘변화와 실용’을 ‘조화와 균형’의 관점에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분야에서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화로운 균형 안에서 서로 어우러져야 나라의 결집된 힘이 생기지요.

사회=강호원 선임기자, 정리=김형구 기자 기사입력 2009.01.29 (목) 최종수정 2009.01.29 (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