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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華商도 무너졌다...전세계 화교자본 타격

東安齋 2009. 2. 17. 22:08

금융위기에 華商도 무너졌다
주가폭락 등 여파 전세계 화교자본 타격
  • 세계를 휩쓰는 금융위기에 화상(華商·화교상인)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화상은 동남아시아 경제를 움직이는 세력으로, 이들의 화교자본은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 경제발전의 엔진 역할을 했다. 화교자본은 중국경제와 함께 세계경제에서 ‘떠오르는 힘의 중심’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화상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금경색과 주가폭락 탓이다. 동남아의 화교자본은 쪼그라들고, 화상자본의 ‘새로운 폭발’를 꿈꿔온 북미 지역의 화상도 전례없는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의 반관영 통신 중국일보(中國日報)가 내놓은 ‘2008년 세계화상발전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중국일보는 이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동남아 화상기업의 자산 중 3분의 1이 증발해버렸다”고 밝혔다.

    ◆동남아 화상에 몰아닥친 경제난=동남아의 화상은 잔뜩 움츠려 있다. 아시아 최고 부자인 홍콩의 리카싱(李嘉誠) 허치슨 왐포아 회장은 지난해 말 “새로운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기 한파에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는 지난달 8일 중국 본토 내 외환거래를 독점하는 은행인 중국은행의 주식 20억주를 팔아치웠다. 상하이에서는 부동산 투자자금을 빼내기 시작했다. 리카싱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상하이에는 부동산 투자심리가 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화교자본 움직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화교자본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위축되고 있다. 2008년 세계화상발전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의 화상기업 총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2조5000억달러로 줄었다. 이는 2007년 말 3조7000억달러보다 1조2000억달러 정도 줄어든 규모다. 3분의 1 정도의 자산이 사라진 셈이다.

    동남아 화상기업 자산이 이처럼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주가 하락 때문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대만의 자취안지수는 46%, 홍콩의 항셍지수는 48%나 떨어졌다.

    ◆도전받는 북미의 ‘화교왕국 건설’의 꿈=북미 지역의 화교는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중국신문은 “미국에 있는 중국식당은 2003년 사스(SARS) 발생 때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주요 도시의 중국식당에는 차이나타운 안팎을 막론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식당의 주요 고객인 미국 중·하층의 샐러리맨이 부동산가격 하락과 펀드 손실에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옷 장사, 서비스업을 하는 미국 내 화상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뉴욕 월가에 감원바람이 불면서 월가의 중국인도 100명 중 15명 정도는 일자리를 잃은 것 같다고 중국 언론은 분석했다.

    330만명이 넘는 화교가 거주하는 미국에서 그동안 화교자본은 팽창가도를 달려왔다.

    비아시아권의 화상기업 자산은 2007년 말 약 5000억달러. 이들 자산의 절반은 북미지역에 투자된 것이라고 중국일보는 전했다. 그러나 이 자산은 지난해 말 4300억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북미 지역 화상의 자산손실액은 지난해 약 4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카오에서 벌어지는 도박자본 싸움=마카오의 상황은 좀 다르다. 마카오에서는 화교 도박자본이 재부흥을 꿈꾸고 있다. 마카오에는 2002년 도박산업이 완전 개방되면서 라이베이거스의 샌즈(진사·金沙)그룹, MGM그랜드(메이가오메이진뎬·美高梅金殿), 호주 도박자본인 신하오보야(新濠博亞) 등 국제 도박자본이 대거 진출했다. 마카오의 토종 화교도박 자본은 밀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미국계 도박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화교 도박자본이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신문들은 ‘마카오의 도박왕’ 허홍선을 대표로 하는 화교 도박 기업가들이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푸징(葡京)’이라는 이름을 지닌 마카오의 카지노 계열을 거느린 허홍선 회장은 마카오 최고의 부자로, 베트남 북한 필리핀 포르투갈에도 도박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 기사입력 2009.02.03 (화) 19:05, 최종수정 2009.02.04 (수)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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