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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통 ‘굴욕’… 이세탄 상하이점 폐쇄

東安齋 2009. 1. 3. 00:17
일본 유통 ‘굴욕’… 이세탄 상하이점 폐쇄
중국진출 15년 만에…금융위기 여파로 구조조정
중국에서 일본 유통자본의 자존심이 구겨지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백화점인 ‘이세탄’(伊勢丹)이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과 경쟁을 이기지 못한 채 상하이에서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에서는 ‘고객 만족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뛰어든 일본 유통자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동방조보(東方早報)와 21세기 경제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에 있는 이세탄 화팅(華亭)점이 지난 16일 진출 1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점포는 이세탄이 1993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세운 첫 점포다. 이세탄은 이후 상하이 외에 톈진(天津) 선양(瀋陽) 청두(成都) 등지에 점포를 열었다.

주목되는 점은 이세탄은 ‘세계적인 유통제국’을 꿈꿔 왔던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1972년 싱가포르에 해외 1호점을 낸 뒤 세계 30곳에 백화점 망을 구축하고 있다. 2006년에는 향후 10년간 1000억엔을 투자, 20개의 해외 점포를 더 만들겠다는 야심한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이세탄이 중국에서 돈이 가장 많이 모이는 상하이의 점포를 닫아 버린 것. 이와 관련해 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느냐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세탄이 상하이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금융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진 후 이세탄 백화점을 거느린 일본 최대의 백화점그룹인 미쓰코시이세탄(三越伊勢丹)은 최근 일본 내 4개 점포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본내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 금융위기 이후 상하이인들이 주머니를 닫으면서 결국 상하이 화팅점의 문을 닫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방조보는 “상하이에는 이미 세계적인 명품이 몰려들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에 이어 세계 금융위기가 밀어닥치면서 고가사치품 시장은 퇴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계에서는 이세탄의 폐점에 대해 “세계 경쟁을 주도해 온 일본 유통자본의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이세탄 화팅점이 이미 지난 9월부터 전례 없는 대규모 바겐세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가 708위안짜리 구두를 199위안에 팔고, 웬만한 옷은 10%의 가격으로 떨이를 했다. 108위안에 들여온 초콜릿도 20위안에 내다팔았다.

이세탄은 4평 남짓한 옷가게에서 출발, 일본 최대의 백화점으로 큰 백년전통의 백화점으로, ‘고객제일주의’를 앞세워 세를 확장해 왔다.

강호원 선임기자  
  • 기사입력 2008.12.19 (금) 18:40, 최종수정 2008.12.19 (금)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