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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플라자합의 이루어진다"...위안화상화 20여년 전 日엔화 강제절상 때와

東安齋 2009. 2. 17. 22:17

미국·중국 ‘위안화 절상’ 힘겨루기 본격화

 

美, 무역불균형 해소 위해 환율조정 압박… 中선 반발
20여년 전 美·日 엔화 강제절상 합의 때와 상황 비슷
전문가“美 실력행사땐 제2 플라자합의 이뤄질 수도”

  • 역사는 반복하는 걸까. 20여년 전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맺은 ‘플라자합의’가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제2의 플라자합의를 맺고자 하는 대상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1708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미국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경기부양정책의 과실을 따먹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은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어 한다.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미국에서는 강경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했다.

    신중하기로 정평난 미국 재무관료 우두머리 입에서 환율 조작국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 예삿일이 아니다. 그의 말은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이 “환율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반박했지만 가이트너 장관은 ‘잘못됐다’고 해명하지 않았다.

    미중 경제관계는 플라자합의가 맺어진 1980년대의 미일 관계와 판박이다. 당시 일본산 상품은 미국시장을 뒤덮었다. 미국 기업은 시장을 빼앗기며 벼랑으로 내몰렸다.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당시 미국은 오일쇼크를 이겨내기 위한 경기부양 후유증에 시달렸으며,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하기 위해 고금리정책을 썼다. 세계의 돈은 미국으로 몰려들었고 달러화는 강세를 유지했다. 이 틈을 파고든 일본은 1985년에만 429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냈다.

    이 같은 무역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1985년 9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사이에 환율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플라자합의가 맺어졌다. 이후 일본 엔화의 대미 달러화 환율은 불과 2년 새 달러당 250∼260엔 대에서 120엔선으로 떨어졌다.

    지금의 중국은 과거 일본과 똑같다. 중국산 상품이 미국시장을 휩쓸며 중국은 천문학적인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번 돈으로 미국 채권을 사들이고 미국에 가장 많은 돈을 꿔준 나라가 됐다. 미국 자산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도 과거 일본과 비슷하다.

    미국은 본격적인 위안화 환율조정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 가이트너 장관의 말은 이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이 같은 움직임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점이다. 과거 일본은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인 데 반해 중국은 미국의 맞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고 분석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자유무역체제를 출범시키는 데 앞장섰던 미국이 보호주의 조항을 만들었다. 이 조항에는 미국 시민이 내는 세금을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바이 아메리칸’ 조항으로 시작된 미국의 보호주의 장벽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보호해야 할 산업이 철강산업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바이 아메리칸이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정을 목표로 한 행동”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환율 조정을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대외의존도는 50%에 육박한다. 미국이 보호주의의 장벽을 쌓기 시작하면 중국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규모 실업사태도 걱정된다. 한 중국 전문가는 “연간 소비 규모가 미국의 경우 10조달러인 데 반해 중국은 1조500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실력행사에 들어간 이상 제2 플라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호원 선임기자

    기사입력 2009.02.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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