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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문에… 중앙亞 “서방 퇴출”

東安齋 2009. 2. 17. 22:19
금융위기 때문에… 중앙亞 “서방 퇴출”
키르기스, 미군기지 폐쇄 결정… 우즈벡은 이미 폐쇄

러·中 금융지원 앞세워 SOC 결속 ‘反美전선’ 구축

 

  •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서방 세력이 중앙아시아에서 퇴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일부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여하고 있으며,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 이 결과 중앙아시아에서 서방 세력이 퇴조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아시아에는 ‘더 이상 미국과 유럽 국가가 발을 뻗을 곳이 아니다’는 듯한 형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곳은 아프가니스탄과 접해 있는 키르기스스탄이다. 10일 중국 ‘신화통신’과 ‘중국신문’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국회 국방위원회는 9일 자국 내 세워진 마나스 미 공군기지를 폐쇄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이번 주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법안은 180일 내 미군이 철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미군은 키르기스스탄에서 5월 중순 이전에 모두 철수해야 한다.

    미국은 낭패를 보게 됐다. 마나스 기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탈레반과의 전쟁’을 수행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곳이기 때문이다.

    내륙 국가인 아프간의 미군에게 공급되는 물자의 보급 루트는 크게 두 길로 나뉜다. 하나는 파키스탄의 항구 도시인 카라치에서 아프간 남부를 거쳐 아프간 내륙에 이르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마나스 기지를 통해 아프간에 이르는 길이다. 이들 루트 중 마나스 기지를 이용하는 쪽이 더 안전하고 빠르다. 중국신문은 마나스 기지가 폐쇄되면서 미국은 아프간에서 벌이는 전쟁에서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카나바드 미군 기지가 폐쇄됐다. 주목되는 것은 키르기스스탄이 왜 미국에 등을 돌렸느냐는 점이다.

    키르기스스탄의 태도 변화는 금융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환 부족 사태가 동구로 번지던 지난해 하반기, 키르기스스탄도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결국 지난해 12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6000만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말 ‘서방 선진국만의 금융 협력’에 반발해 SOC 회원국의 결속을 다지기 시작했다. SOC 회원국은 지난해 12월 카자흐스탄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전면적인 금융협력을 공식화했다. ‘자국통화로 국경무역을 한다’는 원칙이 정해지고, 중국은 회원국에 외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SOC 회원국 중 미국과 달러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달러화 스와프 협정을 맺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이어 러시아는 이달 초 옛 소련 7개국과 함께 안보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내에 신속대응군을 만들기로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중앙아시아에서 반미 전선이 구축되고 있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의 반관영 중국신문은 이번 미군기지 폐쇄 결정과 관련해 “러시아와 그 동맹들이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 백악관의 새 주인에게 어떻게 돌을 던지고, 길을 묻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홍콩 ‘신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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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9.02.10 (화) 19:46, 최종수정 2009.02.11 (수)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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