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증’ 사회 만연… 中 학생은 무장 대응도
“밤에는 방에 꼭 틀어박혀 있어야지요.”
“이제 AK소총을 들고 나갈 겁니다.”
아시아인과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혐오 테러(스킨헤드 테러)’가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러시아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의 반응이다. 그들은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가 러시아를 경제난에 빠뜨린 후 러시아에는 혐오 테러가 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고개를 드는 파시스트 계열의 극우집단이 “외국인을 몰아내겠다”며 테러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하는 러시아의 혐오 테러 =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혐오 테러가 최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테러만해도 32차례에 달했다.
지난달 5일 모스크바 푸시킨언어대학 한국 여학생 화상사건, 8일 푸시킨언어대학 중국 학생 3명 피습사건, 9일 모스크바대학 중국 학생 20군데 자상사건, 12일 일본대사관 직원 노상 구타…. 중국의 상하이교보(上海僑報)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지난달 테러로 16명의 아시아인이 숨지고, 3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인은 머리가 잘려나가는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에 사는 아시아인에게는 테러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 정부는 “테러를 조심하라”는 주의보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밤 8시 이후에는 외출을 삼갈 것’, ‘시내에 나갈 때는 3명 이상이 함께 움직일 것’, ‘화장을 진하게 하지 말 것’과 같은 행동수칙도 만들어졌다.
중국 학생들은 급기야 무장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학생들은 가스분무기, 가스총을 들고 다니며 일부는 총으로 무장하기까지 했다. 상하이교보는 “한때 3만루블(약 12만원)을 주고 산 AK-47 소총을 들고 다닌 유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절망하는 러시아인과 외국인 혐오증=세계 경제위기는 러시아인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혐오증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스크바의 한 범죄연구소의 조사 결과, 러시아 사회의 50%에 달하는 사람이 외국인과 소수민족을 축출해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상하이교보는 전했다. 러시아의 실업자는 약 720만명에 달한다. 실업률은 10%선을 오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빈곤층은 외국인을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혐오 테러를 주도하는 러시아 파시스트 계열의 극우집단은 ‘경제난이 낳은 사생아’라는 뜻이다.
러시아에서는 경제위기가 몰아닥친 1997년에도 극단주의가 만연했다. 당시 러시아에는 구소련의 부흥운동이 일어났으며 사회적으로는 극우세력이 등장했다. 10여년 뒤 경제위기가 몰아닥치면서 러시아에 다시 파시스트 계열의 민족주의자들이 들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혐오 테러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조직은 ‘스킨헤드’라는 파시스트 계열의 조직이다. 이 조직의 회원은 약 6만명으로, 85개 도시에 결성돼 있다. 최근에는 조직 내 여성 조직을 만들면서 아시아계 여성을 상대로 한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 기사입력 2009.02.13 (금) 20:37, 최종수정 2009.02.13 (금)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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